Tuesday, June 20, 2006

태극호, 멀고도 험한 스위스와의 벼랑 끝 한판

[야후!독점] 지난 19일 밤, 펼쳐진 토고와 스위스의 경기는 우리나라의 16강 진출과 관련하여 많은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수월한 16강행을 위해 많은 팬들이 토고를 내심 응원했지만, 결국 승부는 2-0 스위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스위스가 G조 선두로 올라서면서 우리는 1승 1무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마지막 경기에서 많은 부담을 안게 됐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대로, 우리가 24일 스위스를 꺾으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비기거나 졌을 때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득실차와 다득점 등을 따지는 복잡한 경우의 수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토고와의 첫 경기에서 추가 득점을 내지 못한 점이나, 스위스가 토고와의 경기 막판에 기록한 추가골이 뼈아프게 와닿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스위스와 비긴다면 득실차에서 앞서는 스위스가 16강행을 확정짓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토코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명운이 엇갈린다. 프랑스가 토고에게 두 점차 이상으로 승리한다면 프랑스의 16강 진출. 만약 1점 차 승리라면 우리나라와 프랑스 중 다득점을 한 팀을 따져서 앞서는 팀이 16강에 올라선다. 만약 프랑스가 토고에게 패하거나 비긴다면, 우리는 스위스에게 져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토코의 오토 피스터 감독이 이미 16강이 탈락한 상황에서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천명한 이상 토고가 프랑스를 이기거나 비길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와 스위스의 경기가 프랑스-토고 전과 같은 시간에 열리는 만큼 결국 스위스를 이기는 길이 가장 명쾌한 답이 되어 버렸다.

견고한 스위스 잡기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이 보장된 스위스와 비교해 부담스러운 상황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스위스가 수비 지향적이고, 역습에 강하다는 점은 우리에게 더욱 부담스러운 점이다. 만약 스위스가 토고에게 1-0으로 승리했다면, 입장이 바뀌어 우리가 스위스와 비겼을 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곧 스위스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 그랬다면 수비를 공고히 하고 오히려 이기기 위해 공격으로 나서는 스위스를 적절히 공략하며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후반 43분 터진 바르네타의 두 번째 골은 스위스에게나 우리에게 희비가 엇갈리는 한 방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스위스의 프라이는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비기기 작전으로 나서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스위스는 일반적인 경기 스타일이 공격적이지 않은 팀이다. 앞선 두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결과가 방증하듯이 두텁고 탄탄한 조직력으로 수비망을 조직하고 순간적인 역습에서 결정력 있는 선수들의 카운터로 경기를 끌어가는 스타일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우리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스위스는 토고와의 경기에서 드러났듯이 미드필드에서 펼치는 압박으로 중원의 주도권을 빼앗아와도 최후방의 수비 조직을 견실히 구성하고 있어 마무리까지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 상대다. 게다가 현지 시간으로 밤 9시에 펼쳐지는 경기이고, 어린 선수들이 많아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체력적 우위가 후반 막판에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1승 1무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두 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허용했다는 점과 미드필드에서의 빠른 압박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불안한 점이다. 게다가 스위스는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무려 5명이 경고를 받았지만 토고와의 경기에서는 단 한 장의 카드도 받지 않으며 무사히 경기를 치렀고, 경기마저 2-0으로 마쳐 가파른 상승세에 있다.

관건은 결정력

결국 우리팀의 16강행을 결정지을 카드는 골 결정력이다. 수비적으로 나서면서도 쉽사리 슛 찬스를 내주지 않는 스위스를 상대로 우리 대표팀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미드필드 장악과 골 결정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조직적이고 수비 우선적인 전술을 펼치는 상대에게 중원에서의 주도권을 허용하게 되면 불필요한 플레이로 체력적인 부담만 가중되고 오히려 상대의 역습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이을용, 김남일, 박지성 등 허리에 배치되는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수비와 공격의 고리 역할을 해야하는 이을용과 김남일은 더 많은 분전이 요구된다.

골 결정력도 중요한 부분이다. 수비 조직력이 탄탄한 스위스는 자기 진영에서 상대에게 볼을 넘겨주는 시간이 길더라도 위험지역으로의 연결과 찬스는 거의 허용하지 않는 강점을 갖고 있다.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상대의 파울을 유도하여 세트 플레이 찬스를 자주 만들고, 적극적이고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균형 잡힌 상대의 수비라인을 위협해야한다. 우리는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5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그 중 유효슈팅은 단 2개였다. 경기 내용에서 프랑스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그 적은 슈팅에서 득점과 연결했기에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프랑스보다 수비적인 플레이에서 오히려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스위스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좀 더 섬세하고 정확한 결정력이 필요한 것이다.

부담을 잊고 자신 있는 경기로 승부하길

지난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한 우리 대표팀의 성적은 준수한 것이다. 스위스에 져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16강 문턱에서 좌절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불운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할 부분은 못된다. 그런 만큼 홀가분하게 경기에 임할 필요도 있다.

프랑스가 토고에게 크게 이길 가능성이 많기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프랑스 전에서의 무승부가 심판의 오심탓이라는 일부의 보도, 제프 블레터 피파 회장이 스위스 인이라서 이번 대회 내내 스위스에게 유리한 판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루머 등 우리 선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요소들이 희망적인 부분보다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맹주답게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고, 16강 티켓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담감을 잊고 빠른 시간 안에 선제골을 기록하면 오히려 다급해진 스위스가 의외로 쉽게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지난 2002년, 골대를 4번이나 맞히며 불운에 떨었던 프랑스가 이번 대회에서 이어지고 있는 심판 판정 불운 (스위스전 앙리의 슛이 PK로 선언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비에라의 헤딩이 골로 연결되지 않은 것) 이 토고와의 경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16강에 대한 부담은 이미 탈락한 토고를 제외하고는 G조의 모든 팀이 갖고 있는 짐이다. 스위스 역시 유리한 입장에서 리드를 허용할 경우 성급하게 팀웍이 와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시드 배정 국가로서 2회 연속 조별예선 탈락 위기에 몰린 프랑스도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결국 똑같은 출발선에 서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있는 플레이로 우리 태극 전사들이 후회 없는 플레이를 펼쳐주길 바랄 뿐이다.

[야후!독점=박진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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