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18, 2006

태극호 수비진 앞에 앙리와 지단도 '없었다'

[OSEN=국영호 기자] '몸을 날리고 또 날렸다. 위기 상황에서는 영리한 플레이로 상대 공격수를 무력화시켰다'.

태극전사들이 1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열린 프랑스전에서 '승리 같은' 무승부(1-1)를 일궈냈다. 스포트라이트는 동점골을 터뜨린 박지성을 비롯한 공격수들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이들의 뒤를 묵묵히 지킨 수비진들은 이보다 더 값진 활약을 펼쳤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4명이 길게 늘어서는 포백 수비라인을 가동했다. 좌우 풀백으로 김동진과 이영표, 중앙 수비수 2명으로는 최진철과 김영철을 택했다. 원톱으로 나선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에 두 명의 중앙 수비수를 붙여 효율적으로 막기 위함이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수비진은 수비 뒷 공간으로 쇄도하는 앙리를 미처 막지 못했고 전반 9분만에 실점하고 말았다. 무실점으로 승리로 이끌겠다고 마음 먹고 그라운드에 나선 지 10분도 안돼 쓴맛을 본 것이다.

그러나 이른 실점은 약이 됐다. 수비진들은 김남일 이호 등 미드필드진과 함께 촘촘한 그물망을 짰고 주 득점원인 앙리를 철두철미하게 막았다. 특히 최진철은 앙리를 집중 마크해 더 이상 기를 펴지 못하게 했다.

프랑스의 미드필더 플로랑 말루다는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중거리슛을 쏘아대며 수비진을 이끌어내려고 애를 썼지만 포백 수비진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더 이상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독일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15골(10경기)을 터뜨린 프랑스는 더욱 세차게 몰아븉였다. 더욱이 프랑스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더니 이번 대회 1차전(스위스)에서도 골맛을 보지 못해 잔뜩 약이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중앙은 최진철과 김영철이 벽을 쌓고 측면은 이영표와 김동진이 책임지면서 때로는 협력 수비로, 때로는 예측 플레이로 프랑스를 꽁꽁 묶었다. 간간이 프랑스의 돌파를 허용했지만 수비진 뒤로는 이운재가 든든히 받쳤다.

늘상 대표팀의 문제는 수비불안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대표팀 수비라인은 9개월간 호흡을 맞추면서 견고해졌다.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에도 능동적이어서 한국 수비라인은 포백과 스리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팔색조 전술'을 갖고 있다.

한국이 2경기 결과 허용한 실점은 2점. 경기당 평균 1실점이다. 현재까지 2차전을 치른 26개팀 중 한국 보다 실점을 적게 한 팀은 12개팀 정도. 한국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수준급의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1승1무로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켠 한국의 가장 큰 힘은 투혼을 불사르는 수비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앙리를 마크하는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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